세상 만물에는 반드시 핵심적인 요소가 있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건 사상적인 것이건 아니면 그저 하나의 현상이건 모두 핵심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어떤 것을 바라볼 때 그 겉으로 보이는 껍데기에만 눈을 두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색깔에 현혹되고 겉으로 보이는 모양에만 정신을 빼앗긴다.
사실 필자는 코어가 무엇이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반문을 해본다. “혹시 집에 선풍기가 있나요? 그럼 그 선풍기를 동작시키면 왜 바람이 불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저에게 설명해 주실 수 있으세요?”
좀 황당한 질문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참 모순된 것이 많다.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이미 학교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은 핵심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라. 사실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들은 그 기초부터 핵심에 접근하기 위한 과정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그것을 간과하고 시험을 잘 보기 위한 방법만을 추구해 왔었다. 대학을 좋은데 가기 위해서, 학위를 따기 위해서,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 취직을 하기 위해서 등등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핵심이 무엇인지는 잊고 지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공대를 나온 사람이라면(아니 꼭 대학이 아니더라도 공업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선풍기가 어떻게 바람을 일으키지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한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선풍기가 어떻게 바람을 일으키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코어링할 수 있는 것인가? 라고 말이다. 필자가 이런 질문하는 이유는 선풍기가 동작하는 원리를 모르고 알고가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학업에 임하는 것이 그 목적도 모르는 채 행해지는 한심한 시간 낭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설하고 싶어서이다. 즉, 공대를 나와서 집에 있는 전구하나 교환하지 못한다면 무엇 때문에 그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면서 공대를 졸업해야만 한단 말인가?
학창시절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은 경험을 충분히 하는 것이다. 전구가 동착하는 원리를 배우기 전에 고장난 전구를 교환해 보는 경험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어른들은 학생들이 이렇게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다시말해 스몰의 중요성을 이미 우리의 학창 시절에 느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학생들의 지능을 검사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시험 공부를 강요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들은 그들에게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스스로 고민하고, 집중하여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핵심 요소를 아는 것은 실제로 학교에서 배우는 공식하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무언가의 핵심 요소를 알고 느껴본 사람은 언제든지 스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 분야가 무엇이건 말이다.
역시 경험이 코어링하는데 가장 중요한 방법임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그것에 집중하다 보면, 분명 거기에는 내가 모르는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숨겨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것에 계속해서 몰입하다 보면, 바로 그 어떤 것의 핵심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 핵심에 도달하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 어떤 느낌을 얻게 된다. 바로 온몸으로(머리 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어떤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코어링은 절대적인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반복되는 경험속에 시행착오를 수반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생에 있어서 어느 시점이 가장 스몰을 경험하기에 적절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와 같이 40을 넘긴 성인의 경우라면 일반적으로 이러저러한 사회적 여건을 고려하여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새로운 경험을 시도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필자는 학창시절 충분히 코어링해 보기를 권장한다. 즉, 중학생 이상의 나이라면 충분히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여 코어링할 수 있다. 다만, 대한민국의 경우 학생들에게 스몰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주지 않는다. 매일 주어진 학과 공부에 시달리고 있다. 모순되게도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시험 잘 보는 좀비가 되라고 강요하고 있다. 정말 우리 아이들이 좀비가 되기를 바라는가? 그렇지 않다면 코어링할 수 있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냥 세상에 자신을 부딪칠 수 있도록 놔두면 된다. 진정 아이들이 스몰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언가 자신이 원하는 것이나 궁금한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과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부정적인 것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는 어른들의 조력일 뿐이다. 결국 모든 것은 자기 스스로 경험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학생 시절에 코어를 느끼게 되면, 성인이 되어서는 모든 것에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진정으로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서 행동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남들보다 훨씬 앞서가는 인생을 살 수 있게 된다. 결국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인생의 그림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므로 마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선지자처럼 두려움 없는 자신감 있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또한 사물들의 핵심을 파악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두 가지 이상의 것을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필자는 융합(Convergence)이야 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창조의 가장 중요한 필수 요소이자 최상위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융합 이상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창조의 방법은 없으며, 융합을 거듭해 나가는 작업이야 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창조 활동의 전부라 하겠다. 그런데 진정한 융합은 그 융합 주체들의 핵심을 모르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기 때문에 진정한 융합을 할 수 있으려면 코어링이 필수적이다.
이미 우리가 접하고 있는 세상 만물의 핵심이 무엇인지는 모두 열거 할 수 없지만 코어링하면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그것을 느끼려는 노력인 경험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필자가 주장하는 드릴 다운의 기법은 참으로 단순한 것이다. 무슨 수학 공식도 아니고 어려운 화학기호도 아니다. 그냥 어떤 사물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핵심 원리를 느끼고자 직접 자신을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들은 대부분 아주 화려한 것이 아니다. 아주 단순한 것이고 오히려 하찮게 느껴지는 것들을 수도 있다. 간과하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지나치지 말고 온몸으로 느껴보려 노력해 보라. 직접 경험해 보라. 느낄 수 있다면 그것들은 미래가 어떤 것이 우리에게 속삭여 줄 것이다. 무슨 심령술이나 종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을 느낄 수 있다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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